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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 [뉴스핌]복지 사각지대 놓인 한국의 '헬렌 켈러'들
2019-03-06 11:44:19
관리자 조회수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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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서울 강서구에 사는 박관찬(33)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시각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박 씨의 증상 원인을 ‘시신경위축’이라고 진단했다. 이후 박 씨는 시각은 물론 점차 청각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저시력, 고도난청’ 장애를 가진 박 씨는 상대방이 노트북에 글씨를 크게 확대해 보여주면 이를 보고 말로 대답하는 형태로 대화할 수 있다. 촉수어나 근접수어, 손바닥에 글씨를 써주는 ‘손바닥 필담’도 하나의 방법이다. 보고 듣는 데 어려움이 크다보니 타인의 도움없이 외부활동을 하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은 한 달 90여 시간의 활동지원시간이 전부다. 시청각장애는 장애유형에 포함돼있지 않아 이에 맞는 지원책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나는 시각이 조금 남아 있어 그나마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어 도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며 “시청각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유형 해당 안 되는 ‘시청각장애인’...실태파악도 전무

미국의 인권운동가 ‘헬렌 켈러’로 연상되는 ‘시청각장애인’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현행 장애인복지법 상 규정하고 있는 장애유형은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총 15가지이다. 각 유형에 해당되는 장애인들은 유형별로 장애등록을 하고 이에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청각장애인은 이 15가지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각과 청각 중 한 가지 유형에 등록하거나 중복등록만 가능하다. 시각과 청각에 모두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이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이유다.

더욱이 아직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정확한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아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3년마다 시행하는 장애인통계조사에서도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시청각장애인이 몇 명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된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소통 등 일상생활 어려움..복지부 “문제 인식하나 신중하게 접근”

시청각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상당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의사소통이다. 시각장애인은 듣고 말할 수 있고 청각장애인은 수어를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시청각장애인들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각각의 장애 정도에 따라 ‘근접수어’, ‘촉수어’, ‘필담’ 등 개인마다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의 의사소통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미비하다. 청각장애인들이 받을 수 있는 수어통역서비스도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또 다른 벽이다.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돕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기에도 여의치 않다.

보고 듣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청각장애인들에게 활동지원서비스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시청각장애인이 받아야 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교육하는 매뉴얼이 없다보니, 제대로 된 활동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시청각장애인 지원 문제는 지난해부터 제기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복지부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지금 말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정확한 현황조사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다만 다른 중복 장애인 유형이 많은 상황에서 시청각장애인만 관심을 갖고 지원책을 늘리기에는 형평성 문제도 있어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청각장애인 맞춤 지원’ 미국·일본...전문가 “제도 확립하고 국민 인식 바뀌어야”

헬렌 켈러의 나라인 미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시청각 중복장애인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1968년 시청각장애인과 관련된 법을 제정했다. 장애 여부를 알리는 표식을 달고 길거리를 다니는 시청각장애인을 비장애인이 돕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을 정도다. 또한 이들을 지원하는 ‘헬렌 켈러 센터’도 전국 10개소에 달한다.

가까운 일본도 2013년 시청각장애인 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해마다 전국 시청각장애인대회를 개최해 서로 활발한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청각장애가 심각한 중증장애라고 입을 모으며, 시청각장애인들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는 동시에 국민적인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종인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장(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사실상 시청각장애인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시청각장애는 시각과 청각 장애의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 개념으로 봐야 함에도 완전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청각장애인은 의사소통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지식 정보사회에서 완전히 소외받는 계층으로, 가장 심각한 장애유형”이라며 “이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복지사회”라고 강조했다.

iamkym@newspim.com

http://www.newspim.com/news/view/20190305000264